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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군대 신체검사 후기 (경기북부병무지청)

혼잣말/2019

by 밤의 여행자 2019. 5. 15.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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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쓸까 말까 한참 고민하다가 쓰기로 했다. 중증 우울증 환자의 군대 신체검사 후기. 우울증을 앓는 젊은 남성들의 고민 중 군대 문제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텐데, 아직 군대 신체검사가 끝나지 않은 우울증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까 해서 후기를 적어 둔다. 기억이 조금 흐릿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을 수 있으니 참고 바란다.



1. 첫 번째 신검(2017년 8월): 7급


내 신검 장소는 처음부터 끝까지 경기북부병무지청이었다. 두 번째 신검까지는 노원에, 세 번째 신검부터는 동대문에 거주했는데 1호선 타고 쭉 올라오면 된다면서 계속 경기북부병무지청으로 불렀다.


인성검사에서 이상 판정을 받고 위층으로 먼저 올라갔다. 간단한 검사지에 한 번 더 응답하고 잠시 뒤 임상심리사와 면담에 들어갔다. 여성 임상심리사였고 내 우울감에 관한 질문을 몇 개 던졌다. 내 경우 가족, 특히 아버지와의 문제를 우울증의 주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자세하게도 물어봤다. "군대를 간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으냐"는 질문은 확실히 기억에 남는다.


이후 다른 사람들과 같은 절차로 나라사랑카드 받고, 소변검사 피검사 시력 체중 혈압 흉부엑스레이 등등 다 검사하고 3층으로 올라갔다. 정신과에 가기 전 정형외과 파트에도 들렀다. 서류는 없었지만 척추후만증을 앓고 있었고, 다시 2층으로 내려가 촬영한 끝에 정형외과에서 먼저 2급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정신과. 임상심리사와 면담한 게 있어서 그런지 긴 얘기는 안 했다. 어떤 병원에 가야 하고 재검 때 챙겨 올 서류는 뭔지 일일이 설명해 줬다. 서류 안 챙겨 오면 재검 또 나올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첫 재검은 9개월 뒤로 잡혔다.


2. 두 번째 신검(2018년 5월): 7급


이 기간까지 병원에서 서류를 차곡차곡 쌓아 놨더라면 재검 스택을 꽉 채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2017년 8월에 신검에서 7급 받고 둥가둥가 게으름 피우다가, 재검까지 딱 6개월 남은 시기에 병원(건대병원을 선택했다)을 처음 방문했다. 이때도 좀 멍청했는데, 1차 병원에서 요양급여의뢰서를 안 받아가는 바람에 건강보험 적용을 못 받고 한참 동안 병원비를 모두 내야 했다(그러니 군대 문제로 3차 병원 찾는 분들은 꼭 동네 정신과에서 요양급여의뢰서를 받아 가자). 각설하고, 11월에 병원을 처음 방문해 심리검사를 받고 (돈이 왕창 깨진 뒤) 정신과 교수와의 상담 끝에 약물치료를 먼저 시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문제는 내가 약을 제대로 안 먹었다는 것.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우울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망가진다거나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긴다는 자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때문에 약물에 대한 거부감이 좀 있었고, 두어 번 방문한 뒤 한참 동안이나 병원에 가지 않았다.


이후 병원을 다시 찾은 건 2018년 3월. 증상에 대한 자각이 생겼고(신체적·정신적으로 티가 나기 시작했다) 이때는 상담치료를 시작했다. 한 시간에 5만 원짜리 더럽게 비싼, 그렇지만 효과는 꽤 있었던. 문제는 내가 상담치료'만' 받는 바람에 의무기록이 전혀 남지 않았다는 거다. 이 이야기는 뒤에서 더 하고, 그렇게 3월 즈음부터 상담치료만 받으며 재검을 기다렸다.


당연히 두 번째 신검-첫 번째 재검에서는 또다시 7급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정신과 파트 의사에게 치료는 받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고 3월부터 받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3월부터 6개월을 세어 2018년 9월로 다음 재검을 잡아 줬다.



3. 세 번째 신검(2018년 9월): 7급


상담치료가 의무기록으로 남지 않는다는 사실을 6월 즈음에나 알았다. 그것도 상담 선생님이 친절히 알려준 덕택에(…). 당연히 세 번째 신검도 아웃임을 직감했다. 이 기간은 그다지 설명할 게 없다. 상담치료는 7월까지 받았고, 또 둥가둥가 게으름 피우다가 약물치료 기록도 없이 9월에 세 번째 신검을 받으러 갔다. 당연히 다시 7급.


다음 재검이 마지막일 테니 꼭 의무기록 챙겨 오라는 말과 함께 신검장을 빠져나왔다.


4. 네 번째 신검(2019년 4월): 4급(군사교육제외) 확정


2018년 10월, 신검 이후 빠르게 병원을 찾았고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마지막 재검이다 보니 게으름 피우는 게 불가능해서 꼬박꼬박 나갔다. 약물치료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해 봐야 쓸데없을 테니 미뤄 둔다.


마지막 재검은 올해 4월. 10월부터의 의무기록을 죄다 뽑아서 챙겨 갔다(6개월치). 별다른 절차 없이 바로 정신과 파트로 올라갔다. 의사에게 서류를 전달했고, 의사는 한동안 말없이 서류를 넘겨 보다가 "OO 씨는 훈련소 안 가는 공익으로 드릴게요" 하고 판정을 끝냈다. 요렇게 마무리. 좀 허무하게 끝났다. 뭐라도 물어볼 줄 알았는데.


5. 마무리


먼저 내가 제출한 의무기록 등에는 2017년 11월 병원 첫 방문 때 받았던 심리검사 결과지와 그 동안의 (정신과 교수와의) 상담 때 진술했던 내용들, 처방된 약물 기록이 담겨 있었다. 추측하건대 교수와의 상담 때 진술한 내용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약물 처방도 그렇고. 나는 6개월 동안 약물을 꾸준히 증량해 왔다. 실제로 증량을 해도 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 상담 내용으로는 대체로 내가 끊임없이 겪고 있는 자해·자살사고에 관한 이야기와 평소의 기분 상태, 일상생활 등이 담겼다.


어떻게 끝내야 하지. 음, 그냥 줄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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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5.20 21:37 신고
    제가 한동안 여유가 없기도 했고 이제 신검받은 지도 꽤 돼서 답변을 안 하고 있었는데요. 기존에 이메일을 받아서 1:1로 답변 드리던 것도 이제는 안 하고 있고요. 그래도 꾸준히 질문 댓글이 달리고 있어, 답변을 조금 적어둡니다.

    Q. 건대병원 혹은 다른 병원이라도 선생님 추천 가능할까요?
    A. 답변드리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저는 많은 선생님을 만나본 환자가 아닙니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의사 스타일도 다를 것이고... 제 짧은 경험만으로 함부로 추천하기가 어렵습니다.

    Q. 병무용진단서와 6개월 이상 의무기록 등 병원에서 나오는 서류 없이 다른 서류만 가지고 가면 재검판정이 나올까요?
    A.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7급 때려서 치료받고 서류 챙겨오라고 돌려보낼 겁니다. 이때 치료에 필요한 기간만큼 다음 재검일정을 조율해줄 겁니다.

    Q. 병원을 중간에 옮겨도 합산 6개월 이상이면 되나요?
    A. 잘 모릅니다. 병무청 직접 문의가 확실할 듯합니다.

    Q. 정신과 공익 받는 법이나 신검 때 상담으로 빠지는 방법 알려주세요.
    A. 본인이 문제가 있으면 굳이 방법을 찾지 않아도 다 빠지게 돼 있습니다. 문제가 없다면 괜히 요령 피우지 마세요. 신검 시간만 길어집니다.

    Q. 정신과 방문해서 군대 때문에 왔다고 해야 할까요?
    A. 상담 과정에서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보통 물어봅니다. 저는 그 과정에서 본래 올 생각이 없었으나 군대 신검 문제가 겹치면서 오게 되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Q. 6개월간 약물치료 내역만 제출했는지, 심리상담치료 내역도 같이 제출했는지.
    A. 약물치료 내역만 제출했습니다. 심리상담치료는 애초에 기록이 안 남는 치료라서(대화내용을 기록하지 않는 게 원칙) 뭘 제출할 수가 없었습니다.

    Q. 외국에서의 의무기록이 도움이 될까요?
    A. 잘 모르겠습니다. 병무청 직접 문의가 확실할 듯합니다.

    Q. 신검 이전에 치료 이력이 있는지?
    A. 없었습니다.

    Q. 초중고 생활기록부도 제출해야 하는지?
    A. 필수 제출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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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7.31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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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7.18 01:13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