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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지식/경제학원론

[경제학원론] 생산가능곡선·기회비용체증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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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비용은 어떤 선택을 하든 이미 지출했기 때문에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다. 기회비용은 선택으로 인해 포기하게 되는 가치의 합이므로 선택을 바꾼다면 회수가 가능하지만, 매몰비용은 앞으로의 선택과 무관하게 회수가 불가능하다. 엎질러진 물이라는 얘기다. 매몰비용을 기회비용으로 착각해 합산하는 순간 의사결정의 합리성은 무너지고 만다.

 

간단한 예로, A 씨가 만 원짜리 연극을 보러 갔다고 하자. 상연 시간 2시간 중 30분이 흘렀는데, 기대와 다르게 연극이 심각하게 형편없다. 마침 출구와 가까운 자리에 앉아 있던 A씨는 그만 보고 나가 버릴까 고민한다. 기회비용은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 얼핏 보기엔 연극 티켓값으로 지불한 만 원과 연극을 보는 데 쓴 30분을 기회비용으로 따져야 할 것 같지만, 둘은 모두 매몰비용이다. 남은 연극을 끝까지 보든 당장 일어나 나가 버리든, 티켓값 만 원과 이미 지나간 시간 30분은 회수할 수 없다. 이런 매몰비용을 기회비용으로 착각하면 합리적 의사결정에 큰 방해가 된다. ‘그동안 들인 돈이 얼만데’, ‘지금까지 본 시간이 아까우니’ 같은 생각들은 사실 합리적 의사결정과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진 대표적 사례가 바로 ‘콩코드 오류’다. 부루○블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그 이름(내가 사면 안 걸리고 남이 사면 나는 꼭 걸리는 저주의 칸). 1962년 영국과 프랑스는 공동으로 초음속 여객기인 콩코드 개발에 착수하는데, 개발 과정에서 콩코드 여객기의 경제적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선택의 순간, 양국은 이미 투자된 막대한 비용 그리고 자존심을 의식하며 콩코드 여객기를 완성하고 1976년 상업 비행을 시작했다. 결과는 당연히 망. 콩코드 여객기는 수익성 문제로 2003년 운항이 종료된다. 이 사례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은, 콩코드 여객기 상업 비행으로 인한 손실이 예상된 순간 개발을 중단하는 거였다. 그 전까지 콩코드에 투자한 비용은 이미 회수할 수 없는 매몰비용이기 때문이다.

 

 

예시를 더 적으려면 무수히 적을 수 있겠지만 이 정도만 써 놔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을 듯싶다. 검색하면 수많은 예시, 실례가 나올 테니 더 궁금한 사람들은 한 번 찾아 보자.

 

매몰비용 다음 내용은 생산가능곡선이다. 이제 그래프가 스물스물 기어나오기 시작한다. 경제학원론 수준에서는 그렇게 어려운 수학이 필요없다고 했지만, 그래프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얘기가 좀 다를지도 모른다. 그래프를 안 쓰고는 경제학을 거의 할 수 없는 수준이니까.

 

생산가능곡선은 한 경제에서 최대한으로 생산해낼 수 있는 조합을 나타낸 곡선이다. 단어 그대로, 얼마나 ‘생산 가능’한지 나타내는 ‘곡선’. 아무래도 초장부터 곡선 그래프를 보여주면 학생들이 책 덮어 버릴 줄 알았는지, 교재에서는 선분 모양 그래프로 먼저 예를 들었다. 실제로 생산가능곡선이 선분 모양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찾기는 힘들다. 특수한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 교재에서 설정한 조건은 ①생산자원은 노동력뿐 ②단위 시간당 생산량이 항상 일정함 두 가지다. 교재 예시를 그대로 가져오기 뭣해서 이 조건을 가지고 새로운 예시를 만들어 봤다.

 

[경제학원론] 생산가능곡선 · 기회비용체증의 법칙
삐뚤빼뚤 손글씨는 양해 바람... :')

 

20시간노동력이 있고, 1시간 동안 사과만 생산하면 30개를, 바나나만 생산하면 5개를 얻을 수 있다고 가정하자. 먼저 그래프의 각 축에 생산물을 적어넣고, 모든 생산자원을 한 생산물에 투입했을 때 얼마나 생산 가능한지 계산한다. 사과는 600개, 바나나는 100개를 만들 수 있다. 이때 각각의 최대 생산량이 축 위에 찍히게 된다. 바나나의 최대 생산량은 A, 사과의 최대 생산량은 B다. 각각의 최대 생산량은 다른 생산물을 하나도 만들지 않는 경우를 가정하기 때문에 반드시 축 위에 점이 위치하게 된다.

 

다음으로는 그 점 사이에 존재할 수많은 조합을 찾아야 한다. 바나나를 95개만 생산하면 사과는 몇 개 얻을 수 있는지, 사과를 240개만 생산하면 바나나는 몇 개 얻을 수 있는지……. 이 그래프는 위에서 설정한 조건 때문에 A점과 B점을 그냥 이어 주면 생산가능곡선이 완성되지만, 생산가능곡선을 그리는 기본 원리는 가장 효율적인(최대한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생산 조합의 점들을 모두 연결하는 것이다.

 

따라서 생산가능곡선 위에 위치하는 점은 모두 가장 효율적인 생산 조합이 된다. 노트 사진의 D점은 생산가능곡선 아래에 위치하는데, 이 조합은 생산 활동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질 때 발생한다. 반대로 곡선 밖에 있는 E점은 생산 불가능한 조합이다.

 

 

 

 

마지막으로, 생산가능곡선의 기울기를 구하면 X축 재화를 1단위 더 생산하려 할 때 포기해야 하는 Y축 재화의 수/양을 알 수 있다. 내가 만든 예시의 생산가능곡선은 선분 모양이므로 기울기가 ⅙로 고정돼 있다. 이는 사과 한 개를 더 생산하려면 바나나 ⅙개를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사과 1개의 기회비용은 바나나 ⅙개가 된다.

 

앞서 말했듯이 현실에서 선분 모양의 생산가능곡선을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현실의 생산가능곡선은 대체로 원점에 대해 오목한 모양을 지닌다. 곡선의 기울기가 수평축에 대표되는 상품의 기회비용을 의미하므로, 원점에 대해 오목한 모양의 생산가능곡선에서는 X축 재화 생산량을 늘릴수록 기회비용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그 역도 마찬가지다.

 

앞서 만든 예시가 원점에 대해 오목한 생산가능곡선이었다면, 사과 1단위를 더 생산하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바나나의 개수가 처음에는 80분의 1개쯤 됐다가, 사과 생산량을 늘려갈수록 65분의 1개, 40분의 1개, 24분의 1개…… 이런 식으로 증가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한 재화의 생산량을 늘릴수록 기회비용이 커지는 것을 기회비용체증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현실에서 기회비용체증의 법칙이 자주 나타나는 이유는 생산자원이 예시처럼 노동 하나만으로 고정돼 있지 않고, 재화마다 적합한 생산자원이 갈리기 때문이다. 쌀 생산에 적합한 재화가 노동이라면 생산자는 당연히 노동력부터 투입할 거다. 이후 노동력이 부족해지면 쌀 생산에 그리 적합하지 않은 자본을 더 투입해서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 이렇게 각 재화에 알맞은 생산자원을 먼저 투입하고, 생산량이 많아져 그 자원이 부족해지면 적합하지 않은 생산자원까지 끌어다 생산량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기회비용체증의 법칙이 성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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