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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원론] 지급준비율·통화승수·본원통화·재할인율

강의·지식/경제학원론

by 밤의 여행자 2019. 5. 3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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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쉽고 즐거운(?) 원론이라지만 거시경제학 파트에서는 대체로 지루해하는 듯하다. 찬디르의 반응을 보면 그렇다. 하지만 이 부분만큼은 정말 재밌다고 확신한다. 경제학의 경 자만 들어도 책을 집어던지는 사람이라도 여긴 재밌다. 진짜다! 그래서 오늘 정리할 내용이 뭐냐고?


바로 은행 파트다.


은행이 뭔지 설명이 필요할까? 필요없겠지, 당연히. 그걸 설명했다간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이 죄다 뒤로가기를 누를 게 뻔하다. 그보다 오조오억배 재밌는 은행의 기원 이야기부터 정리해보자.


옛날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은 아니고 17세기 영국, 금이나 은 따위의 귀금속이 화폐로 쓰이던 시절의 얘기다. 이것들은 화폐로 쓰이기엔 너무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었다. 부피와 무게. 화폐란 모름지기 운반이 편해야 하는데 이것들은 무거웠고, 큰 부피 탓에 보관도 까다로웠다. 운반이야 그렇다 쳐도 보관은 정말 중요한 문제였는데, 금 보관에 골머리를 앓던 사람들은 금세공업자의 금고에 금을 맡기게 된다. 금세공업자의 금고는 아주 삐까뻔쩍 튼튼했으므로. 금세공업자는 금을 맡아 주고, 금의 양에 상응하는 보관증을 내주었다.



이 방식이 보편화되자 사람들은 금을 직접 주고받으며 거래하는 대신 보관증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어차피 보관증만 있으면 금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니 굳이 불편하게 금을 직접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이 때문에 금고에는 아주 많은 양의 금이 쌓여 있게 되었다. 금을 찾으러 오는 사람이 종종 있긴 했지만 금을 맡긴 사람들이 한 번에 몰려들어 금을 죄다 찾아가겠다고 하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금세공업자는 발행해준 보관증만큼의 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금 대출 사업(…)을 시작한다. 금이 필요한 사람에게 금을 빌려주고 대신 수수료를 챙긴 것. 헌데 이 수수료 수입은 당연히 금을 많이 빌려줄수록 커지고, 그러려면 일단 금을 많이 맡아 놔야 한다. 이를 위해 금세공업자들은 금을 맡기는 사람에게 조금의 사례금을 주게 된다.


[경제학원론] 지급준비율·통화승수·본원통화·재할인율


그렇게 위 노트와 같은 관계가 완성되었다. 옛날 얘기지만 오늘날 은행의 모습과 사실상 다를 게 없는 구조다. 현대의 은행을 저 그림에 집어넣어도 같은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경제학원론] 지급준비율·통화승수·본원통화·재할인율


현대의 은행에 누군가 돈을 예금하면, 은행은 그 예금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게 아니라 일정 부분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대출 등에 사용한다(편의상 대출만 가정하자). 이때 은행은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예금이자와 채무자에게 받는 대출이자의 금리를 다르게 설정한다. 예를 들어 예금금리가 2%라고 하면 대출금리는 4.5% 정도로 예금 금리보다 높게 잡는 거다. 이러면 금리 차이에 의해 마진이 발생하고, 이를 예대차마진이라고 부른다.


그럼 은행이 받은 예금액을 모조리 대출에 써 버릴 수는 없을까? 물론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은행은 없다. 소량의 예금을 찾아갈 사람은 언제든 올 테니까. 다만 제도적으로도 은행은 예금 일부를 반드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은행이 예금 가운데 반드시 보유해야 할 금액을 지급준비금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언제든 지급할 준비가 되어 있는 돈이다. 또, 예금에 대한 지급준비금의 비율을 지급준비율이라고 한다.


[경제학원론] 지급준비율·통화승수·본원통화·재할인율


현재 우리나라의 법정지급준비율은 7%다. 예를 들어 누군가 은행에 10억 원을 예금하면, 그중 7%에 해당하는 7,000만 원은 은행이 반드시 보유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럼 은행은 최대 9.3억 원의 예금을 대출 등에 사용해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은행제도의 기본은 대충 정리됐고, 이제 은행의 중요한 기능인 ‘예금창조’ 과정을 정리할 거다. 예금창조란 위와 같이 은행이 예금의 일부만 남겨 놓고 나머지를 대출해 줌으로써 또 다른 예금을 창출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경제학원론] 지급준비율·통화승수·본원통화·재할인율


법정지급준비율이 10%라고 하고, 모든 은행이 딱 법정지급준비율만을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대출해준다고 가정하자. A 씨가 은행1에 1억 원을 예금했다. 그럼 은행1은 1억 원의 10%인 1,000만 원을 남겨 놓고 9,000만 원을 대출해주는 데 쓸 거다. 은행1은 B 씨에게 이 9,000만 원을 모두 빌려주었는데, B 씨는 나중에 쓰기 위해 대출금 전부를 은행2에 예금했다. 그럼 은행2는 다시 9,000만 원의 10%인 900만 원을 남기고 8,100만 원을 다른 누군가에게 빌려줄 것이다. 그 돈을 빌린 다른 누군가가 또 다른 은행에 예금하고, 그 은행은 다시 810만 원만 남기고 7290만 원을 빌려주고…… 이런 과정이 반복된다.


은행의 예금창조 기능은 이렇게 은행이 지급준비금을 남겨 두고 대출해주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예금이 눈덩이마냥 불어나는 식으로 작동한다. 위 과정을 식으로 정리하면 노트에 적힌 대로 정리할 수 있는데, 저 식에서 통화승수를 찾을 수 있다. 통화승수란 중앙은행이 늘려 공급한 화폐의 양과 은행의 예금창조 과정을 거쳐 증가한 통화량 간의 비율이다. 위 예시의 통화승수는 노트에 나온 대로 1/1-0.9, 즉 10이다. 이때 분모가 법정지급준비율과 같다는 걸 눈치채셨을 텐데, 따라서 공식은 이렇게 정리된다. 법정지급준비율이 z일 때 통화승수는 1/z.


지급준비율의 변화에 따라 통화량은 큰 폭으로 변할 수 있다. 지급준비율이 10%인 지금 총 예금액 증가분은 10억 원이지만, 만약 지급준비율이 5%로 떨어진다면? 통화승수는 20으로 오르고 예금액도 20억 원이나 증가할 것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위 예시에서 실제로 투입된 ‘현금’은 A 씨가 처음에 은행1에 맡긴 1억 원뿐이다. 이 1억 원이 어떻게 10배나 되는 예금액 증가분을 불러왔을까?


일단 본원통화 개념을 짚자. 본원통화란 중앙은행 창구를 통해 풀리는 일차적 화폐공급을 말한다. 이는 민간이 보유한 현금과 은행의 지급준비금의 합과 같다. 이 본원통화가 은행에 들어가면 통장에는 숫자가 그대로 찍혀 있겠지만 실제로는 위의 예금창조 과정을 거쳐 은행들을 돌아다니게 되고, 이 과정에서 통화량이 본원통화 공급량보다 훨씬 많아지는 것이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해보자. 스투데오 씨가 통장에 1억 원을 넣었다. 은행이 지급준비금을 1,000만 원 남기고 나머지를 대출 등에 쓴다. 그래도 스투데오 씨의 잔액은 1억 원으로 처리될 것이고, 스투데오 씨는 이 금액만큼 소비할 수 있을 것이다. 맨 처음 금세공업자 일화에서 사람들이 금화 대신 보관증으로 거래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현대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는 은행에 실제로 그만큼의 돈이 있는지 없는지 신경쓰지 않고 통장에 찍힌 잔액을 근거로 거래한다. 이 때문에 본원통화보다 실제 통화량이 많을 수밖에 없고, 이때 통화량은 본원통화 증가분에 통화승수를 곱한 만큼 증가한다.


이 이야기를 좀 더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다큐멘터리도 있다.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5부작 중 1부인 ‘돈은 빚이다’가 그것. 본원통화보다 통화량이 훨씬 많다는 건 허수가 많다는 의미도 된다. 즉 본원통화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모두 대출에 대출에 대출에 대출에 대출에…… 대출이 꼬리를 물며 생겨난 거품이기도 한 것이다. 물론 당장은 큰 문제가 없다. 사람들이 갑자기 현금을 찾겠다고 죄다 은행으로 뛰어가는 일이 잘 없으니까.



그런데 그 거품은 무엇으로 이뤄지나. 이자로 이뤄진다. 이건 좀 섬뜩한 이야기이기도 한데 이것만 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은행원 한 명과 스투데오, 찬디르, 찬타 세 사람이 사는 섬이 있다. 이 섬에 있는 돈은 만 원이 전부고 이를 은행원이 갖고 있다고 하자. 스투데오 씨가 은행원을 찾아가 만 원을 빌렸고, 이자 500원을 붙여서 갚기로 했다. 스투데오 씨는 빌린 만 원으로 찬디르 씨에게 배를 샀고, 요 배를 타고 바다낚시를 하며 잡은 생선을 다시 찬디르 씨에게 팔아 빚을 갚을 생각이다. 스투데오 씨는 빚을 갚을 수 있을까?


당연히 못 갚는다. 섬에 있는 돈은 만 원뿐이기 때문이다. 찬디르 씨가 생선을 만 원어치 사 준다고 해도 이자 500원은 섬에 존재할 수 없는 돈이다. 그럼 이 빚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간단하다. 은행이 찬타 씨에게 500원 대출해주면 된다. 그럼 스투데오 씨는 찬타 씨에게도 500원어치 생선을 팔아 빚을 갚는다. 그런데 이번엔 찬타 씨의 이자가 문제다. 이 이자를 해결하려면 누군가가 또 은행에게 돈을 빌려야 한다. 같은 과정이 반복된다. 빚은 영영 사라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자본주의는 빚으로 지탱되는 경제체제다, 뭐 그런 얘기다.


[경제학원론] 지급준비율·통화승수·본원통화·재할인율


너무 다른 길로 샜다. 마지막으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두 가지만 간단하게 정리하고 마무리하련다. 먼저 재할인율정책. 재할인율은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게 자금을 대출해줄 때 적용하는 금리다. 만약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고자 할 때에는 재할인율을 낮춘다. 금리가 낮아졌으니 시중은행은 더 많은 자금을 중앙은행으로부터 대출하려 할 것이고, 자금이 많아진 시중은행은 대출을 늘릴 수 있어 통화량이 늘게 된다.


지급준비율정책은 말 그대로 지급준비율을 조절하는 정책이다. 앞서 통화승수에서 파악한 원리를 적용하면 된다. 지급준비율을 올리면 은행이 대출해줄 수 있는 금액이 줄고 통화량도 줄게 된다. 그런데 이 정책에는 문제가 있는 것이, 비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지급준비의무가 없는 상품이 개발되어 은행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었다. 때문에 1980년대 후 주요 국가들은 지급준비율을 없애거나 크게 낮췄고, 때문에 통화정책으로서의 지급준비율정책은 사실상 의미를 잃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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