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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지식/경제학원론

[경제학원론] 화폐시장·통화량·이자율·통화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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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정리할 내용은 화폐시장과 통화정책 전반이다. 경제학원론 교재에서 두 장으로 나눠진 부분을 한 번에 정리할 생각이다. 여담이지만, 돈 얘기라서 재밌게 공부할 수 있다(정말?).

 

일단 화폐의 기능부터 되새김질을 해보자. 세 가지가 있다. 교환매개, 가치척도, 가치저장. 먼저 교환매개 기능이란 상품을 거래할 때 화폐가 지불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뜻이다. 물물교환 경제와 비교해 보면 이 기능이 두드러진다. 바나나를 얻고 싶은 스투데오와 키위를 얻고 싶은 찬디르가 만나 교환을 하자는데 스투데오는 키위가 없고 찬디르는 바나나가 없으면 거래할 수가 없다. 스투데오는 바나나를 가진 누군가를, 찬디르는 키위를 가진 누군가를 찾아야만 거래가 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화폐가 존재함으로써 이런 과정을 생략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가치척도 기능은 모든 상품의 가치를 화폐의 단위로 측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화폐가 없다면 어떤 상품을 기준으로 삼아 가치를 측정해야 한다. 복숭아를 기준으로 사과 하나의 가치는 복숭아 반 개, 포도 한 송이의 가치는 복숭아 한 개 반, 이런 식으로. 그런데 당장 다른 사람이 사과를 가치척도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마지막 가치저장 기능은 화폐가 어느 한 시점에서 다른 시점까지 구매력을 보관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누군가 소고기 열 근을 내년에 팔아 책 살 돈을 마련하려고 한다면, 내년까지 소고기를 갖고 있느니 지금 소고기를 팔아 버리고 거기서 나온 돈을 내년까지 보관하는 게 훨씬 편리하다. 소고기 저장에 드는 비용까지 생각하면 화폐에 비할 바가 아니다.

 

여기까지 아주 기본적인 화폐의 기능부터 알아봤다. 이제 본격적으로 화폐시장과 통화량 얘기를 하기 전에 통화지표에 대해 정리해보자.

 

 

[경제학원론] 화폐시장·통화량·이자율·통화정책

 

통화지표는 한 경제에 유통되는 화폐의 양을 나타내는 지표다. 우리나라의 통화지표는 현금통화, M1(협의의 통화), M2(광의의 통화), Lf(금융기관유동성), L(광의유동성)로 나뉘어 있다. 이들을 구분하는 기준은 유동성이다. 유동성이란 어떤 자산을 얼마나 쉽고 빠르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데, 당연히 현금 쪽으로 갈수록 유동성이 커진다. 그 뒤로 요구불예금이나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정기예적금 따위로 넘어가면서 유동성이 점점 떨어진다.

 

M1은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을 포함하는 통화지표다. 여기서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을 합해 예금통화라고 부르고, 따라서 ‘M1=현금통화+예금통화’라고 외워 두면 간단하다. 한편 통화지표가 포함하는 금융자산의 범위는 M1-M2-Lf-L로 갈수록 넓어지는데, 이때 M2는 M1을 포함하고, Lf는 M1과 M2를, L은 M1, M2, Lf를 모두 포함한다. 아마 벤다이어그램이 머릿속에 그려질 듯하다.

 

[경제학원론] 화폐시장·통화량·이자율·통화정책

 

이제 화폐의 수요부터 살펴보자. 헷갈릴까 봐 적어 두지만 여기서 말하는 화폐는 현금을 가리킨다. 사람들은 왜 굳이 현금을 갖고 있으려고 하는가. 예금이나 주식, 채권, 부동산처럼 수익률이 발생하지도 않는데. 화폐를 가지려는 동기는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먼저 거래적 동기. 100억의 자산가치를 지닌 부자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이 사람이 가진 100억은 죄다 부동산이나 주식, 채권 형태로 되어 있고 현금은 1도 없다. 그럼 이 사람은 길 가다가 배고플 때 김밥 한 줄도 먹을 수 없을 것이다. 약간의 현금이라도 가지고 있어야 일상생활에서의 거래에 사용할 수 있는 셈인데, 이런 이유로 화폐를 보유하려는 걸 거래적 동기에 의한 화폐수요라고 부른다. 이 거래적 동기에 의한 화폐수요가 커지는 이유로는 소득 증가나 물가수준 상승을 생각할 수 있다. 월급 200만 원 노동자와 1,000만 원 노동자의 지갑에는 당연히 다른 액수의 현금이 들어 있을 것이다. 또, 물가수준 상승으로 한 그릇에 6,000원 하던 칼국수가 8,000원으로 오른다면 갖고 다니는 돈도 그만큼 늘어나야 한다.

 

또,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고 갑자기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내 얘기는 절대 아니고 정말 갖고 싶어 하던 상품이 평소의 절반 가격에 나와 버린다거나. 흠흠. 갑자기 사고가 나서 병원비가 급히 필요해질 수도 있고, 이런저런 예외적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는 목적에서 화폐를 보유하려는 걸 예비적 동기에 의한 화폐수요라고 한다.

 

 

마지막은 투기적 동기다. 다른 금융자산보다 화폐를 보유하는 편이 수익성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나을 때 발생하는 동기다. 앞으로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수익률이 급락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라고 하자. 그럼 애써 현금을 금융자산으로 바꿔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오는 것보다는 차라리 현금을 고대로 갖고 있으면서 현상 유지라도 하는 게 낫다.

 

한편 고전학파 계열은 거래적 동기와 예비적 동기를 강조했고, 케인즈 계열은 투기적 동기를 강조했다. 이유는 뒤에서 나오겠지만, 투기적 동기에 의한 화폐수요는 이자율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곧 살펴볼 케인즈의 유동성선호이론이 화폐시장의 균형과 이자율 결정을 관련짓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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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대강 다 나온 얘기지만 화폐수요량의 변수를 다시 정리해 보자. 물가수준, 물가상승률, 이자율, 국민소득 네 가지가 있다.

 

물가수준의 경우 상술했듯 거래적 동기에 의한 화폐수요를 변화시킨다. 물가수준이 높아질수록 화폐수요량도 따라서 증가한다. 같은 걸 사도 더 많은 화폐가 필요하니 당연한 얘기다.

 

한편 물가상승률은 물가수준과 반대의 결과를 보인다. 물가상승률이 커질수록 실물자산을 보유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이번 달에 1억인 부동산이 다음 달엔 1억 2천, 그다음 달엔 1억 5천 이런 식으로 오른다고 하면 1억 원의 여윳돈을 가진 누구든 현금을 부동산으로 바꿀 것이다. 이자율도 마찬가지 원리로, 이자율이 올라가는데 수익률이 0% 고정인 현금을 고대로 갖고 있을 바보는 아마 없을 거다. 조금이라도 떼어 예금을 늘리려고 하겠지. 국민소득은 거래적 동기 부분에서 정리했듯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쓸 돈이 많아지기 때문에 화폐수요 자체가 늘고, 따라서 화폐수요량도 증가한다.

 

이제 화폐수요곡선을 그려 볼 텐데, 위 네 가지 변수 중 이자율을 독립변수(수직축)으로 삼는다. 다른 변수들은 현재 상태로 주어져 있다고 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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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축은 이자율(r), 수평축은 화폐수요량(Md)이다. 위에 적은 대로 이자율과 화폐수요량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화폐수요곡선은 우하향하는 모양을 그리게 된다. 이자율이 변하면 화폐수요곡선상의 이동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편 불변한다고 가정한 다른 변수들이 변화할 경우 화폐수요곡선 자체가 이동한다.

 

화폐수요곡선 끝.

 

[경제학원론] 화폐시장·통화량·이자율·통화정책

 

화폐공급곡선도 간단하다. 물론 조심할 점은 있다. 중앙은행이 화폐를 독점적으로 공급한다고 생각하면 오류다. M1에 포함된 요구불예금만 해도 중앙은행이 크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다. 중앙은행에서 화폐공급량을 무진장 늘린다고 해도 이걸 화폐 형태로 보유할지 예금을 들어 놓을지는 모두 개인이 결정한다. 다만 중앙은행이 화폐 공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 사실이기에 편의상 중앙은행이 화폐공급량을 완전히 통제 가능하다고 가정한다.

 

이럴 경우 중앙은행이 결정한 화폐공급량이 이자율에 관계없이 일정하게 주어지므로 화폐공급곡선은 수직선 형태로 나타난다. 만약 중앙은행이 화폐공급량을 늘리는 정책을 내놓으면 화폐공급곡선 MS0는 MS1 자리로 이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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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수요곡선과 화폐공급곡선을 합치면 화폐시장의 균형을 찾을 수 있다. 화폐수요곡선(MD)과 화폐공급곡선(MS)이 만나는 점 F에서 균형이자율 r0가 나온다. 만약 이자율이 r0보다 높으면 화폐의 초과공급이, 낮으면 초과수요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화폐의 초과수요/초과공급은 무엇을 의미할까?

 

화폐가 초과공급되고 있다는 건 사람들이 원하는 것보다 화폐가 많이 공급된다는 뜻이므로, 사람들은 화폐를 금융자산 형태로 바꾸려고 할 것이다. 여기서는 편의상 채권이 다른 모든 금융자산을 대표한다고 하자. 사람들이 채권을 사려고 하면 채권 가격은 당연히 올라간다. 채권 가격과 이자율은 역의 관계에 있으므로, 채권 가격 상승으로 이자율 하락 압박이 생기게 된다. 즉 이자율이 균형이자율보다 높은 수준이라면 결과적으로 이자율이 떨어지게 되고, 이 이자율 하락은 균형이자율에 다다를 때까지 계속된다. 초과수요가 발생했을 때에도 이와 같은 원리로 이자율 상승 압박이 생기고 균형이자율에 다다를 때까지 이자율이 오르게 된다.

 

이렇게 화폐시장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자율이 결정된다고 보는 이론이 바로 케인즈의 유동성선호이론이다. 말이 어려워 보이지만, 그냥 위에 그려진 저 화폐시장 균형 그래프가 유동성선호이론 자체라고 봐도 좋다. 유동성선호이론은 화폐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이자율이 결정된다고 설명하는데, 여기서 유동성선호는 화폐수요라고 이해해도 좋다. 화폐수요가 이자율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붙은 이름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통화정책 쪽을 정리할 텐데, 들어가기에 앞서 통화정책과 이자율의 관계를 간단히 생각해 보자. 통화정책은 화폐공급량을 조절하는 정책이다. 즉 위 그래프에서 화폐공급곡선(MS)만 움직인다. 만약 중앙은행이 화폐공급량을 늘려 MS가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균형이자율은 떨어진다. 즉 화폐공급량과 이자율 사이에 역의 관계가 성립한다. 단 이는 물가나 소득 등 다른 요인이 고정됐다고 가정했을 때의 얘기고 현실 경제를 이렇게 간단히 분석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분석에 빠진 실물부문을 고려하기 위해 총수요-총공급모형을 활용해야 한다.

 

[경제학원론] 화폐시장·통화량·이자율·통화정책

 

자, 왼쪽의 그래프는 화폐시장, 오른쪽의 그래프는 상품시장의 균형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경기부양책으로 통화정책을 폈다고 하자. 가장 먼저 ① 화폐공급량을 늘린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화폐공급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② 이자율이 하락한다. 그런데 이자율이 떨어지면 ③ 투자지출이 늘어날 것이고, ④ 승수효과를 거쳐 ⑤ 총수요가 더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화폐공급량 변화가 이자율의 변화를 가져오고 이것이 다시 상품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통화정책의 전달경로라고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 제대로 작동하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일단 화폐공급량을 늘렸을 때 이자율이 하락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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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의 그래프에 기울기가 다른 화폐수요곡선 두 개가 있다. 화폐공급곡선이 MS0에서 MS1로 이동할 때, MDe와 MDi의 이자율 변화폭이 각각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화폐수요의 이자율 탄력성에 따라, 화폐공급량 변화에 따른 이자율 변화량이 바뀌게 된다. 저 둘 중 이자율 탄력성이 더 큰 쪽은 MDe이므로, 화폐수요의 이자율 탄력성이 클수록 이자율이 더 작은 폭으로 떨어진다는 걸 알 수 있다.

 

다시 통화정책의 전달경로로 돌아가 보자. 이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화폐공급량을 늘렸을 때 이자율이 하락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경기가 굉장히 침체돼 사람들이 현금을 쓰지 않고 최대한 보유하려고 한다면, 화폐공급량을 늘려도 이자율이 거의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프로 돌아가서 화폐수요곡선이 수평선이라면? 탄력성이 무한(∞)이므로 아무리 화폐공급량에 변화를 줘도 이자율은 변하지 않는다. 이자율이 변하지 않으면 통화정책의 전달경로는 도중에 뚝 끊겨 버린다.

 

이런 현상이 나타날 때 경제가 유동성함정에 빠졌다고 한다. 화폐수요의 이자율 탄력성이 무한히 커 화폐공급량에 어떤 수준의 변화를 주더라도 이자율에 그다지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

 

문제는 유동성함정만 피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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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함정을 어찌저찌 피했다고 치자. 이자율 하락이 투자지출 증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투자지출의 이자율 탄력성이다. 이자율을 떨어뜨리는 데 성공하더라도 그것이 투자지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 아닌가. 투자지출이 이자율에 탄력적으로 반응해야만 통화정책이 총수요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단계를 지나고 나면 이제 투자승수의 크기가 문제로 남는다. 투자승수가 작다면 투자를 아무리 늘려도 총수요 증가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통화정책의 효과가 크게 나타나려면 투자승수도 커야 한다.

 

정리하면 이렇다. 통화정책이 경기 부양책으로 제대로 작동하려면, 화폐공급량을 늘렸을 때 이자율이 크게 떨어지고, 이때 투자지출이 크게 증가하고, 투자승수까지 큰 값을 가져 결과적으로 국민소득이 크게 늘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많은 조건이 현실에서 전부 충족될 거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유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경제학원론] 화폐시장·통화량·이자율·통화정책

 

앞서 이야기한 건 적확하게 표현하자면 통화정책의 단기효과의 유효성이다. 어쨌든 저 조건들만 충족하면 화폐공급량 증가는 단기적으로 경기를 활성화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로 옮겨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위 그래프를 보자. AD0 곡선과 AS0 곡선이 교차하는 F0 점에서 균형이 형성돼 있다. 이때 경기 부양을 위해 통화정책을 적용하고, 정책의 효과가 의도대로 나타나 단기적으로 경기가 활성화됐다고 하자. 그럼 총수요곡선은 AD0에서 AD1로 이동하고, 균형물가는 P0에서 P1로, 균형국민소득은 YF에서 Y1로 오를 것이다.

 

그런데 F1에서 단기균형이 이뤄지면 균형국민소득이 완전고용국민소득보다 높은 위치에 있게 된다. 이러면 선분 YFY1만큼의 인플레이션갭이 발생해 생산요소 가격이 오른다. 총공급곡선 AS0가 AS1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장기조정과정이 끝나면 F2 점에서 장기균형이 형성되는데, 처음의 F0 점과 비교하면 물가가 P0에서 P2로 오른 데 반해 균형국민소득은 다시 처음의 완전고용국민소득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또 장기조정과정에서는 화폐수요도 커진다. 물가가 P2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화폐수요가 커지고, 그러면 통화정책으로 떨어뜨렸던 이자율이 다시 오르게 된다.

 

이런 원리로 통화정책이 장기적으로 물가 변화만 불러올 뿐 국민소득 등의 실물변수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현상을 일컬어 화폐의 장기중립성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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