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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지식/경제학원론

[경제학원론] 인플레이션·피셔가설·구두창비용·수요견인/비용상승 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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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재밌고 신나고 즐거운 인플레이션 정리다.

 

[경제학원론] 인플레이션·피셔가설·구두창비용·수요견인/비용상승 인플레이션

 

교재의 인플레이션 장은 인플레이션의 사회적 비용을 따지는 것부터 시작한다. 일단 인플레이션을 두 종류로 나눠 본다. 예상된 인플레이션과 예상하지 못한 인플레이션으로.

 

 

먼저 예상된 인플레이션. 분석 편의상 정말 완벽하게 예상된 인플레이션이라고 하자. 곧 정리할 ‘피셔가설’에 따르면, 완벽하게 예상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지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비용이 발생하긴 한다. 메뉴비용, 구두창비용, 계산단위비용이 그것이다. 모두 뒤에서 자세히 정리할 예정.

 

 

한편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몇 가지 문제가 생긴다. 의도치 않은 소득재분배라든가, 장기계약 감소, 투기 성행 등이 그것이다. 이제 하나씩 짚어 보자.

 

[경제학원론] 인플레이션·피셔가설·구두창비용·수요견인/비용상승 인플레이션

 

물가상승률이 3%로 완벽하게 예상됐다고 하자. 다른 변수는 그대로고 물가만 오른다면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떨어질 것이다. 실질임금 하락을 막기 위해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할 텐데, 기업은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할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3%로 예상돼 있으므로, 기업이 명목임금을 3% 올려 주더라도 상품 가격을 함께 3% 올려 버리면 이윤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노동자도 물가가 3% 오르더라도 기업이 명목임금을 3% 올려 줄 테니 결과적으로 양쪽 모두 별다른 비용이 발생하지 않은 셈이다.

 

 

피셔가설 이 과정을 이자율에 적용해 만든 가설이다. 명목이자율은 실질이자율에 예상된 물가상승률을 더한 값과 같다는 이론인데, 예를 들어 보자.

 

스투데오 씨가 찬디르 씨에게 1,000만 원을 10% 이자율로 빌려주려고 한다. 찬디르 씨는 이 돈을 10년 뒤에 1,100만 원으로 한 번에 상환하겠다고 한다. 스투데오 씨는 이 조건을 받아들일까? 글쎄,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조건은 스투데오 씨에게 손해다. 지금 받는 이자 100만 원의 가치와 10년 뒤 100만 원의 가치가 같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같은 확률이 희박하다고 하는 게 정확하겠다. 만약 10년 동안 물가가 5% 오른다면 이자의 실질구매력은 5% 하락하게 된다.

 

때문에 채권자가 인플레이션을 완벽하게 예상한다면, 명목이자율에는 예상된 물가상승률, 즉 기대인플레이션율이 포함되리라는 게 피셔가설의 골자다. 이런 식으로 경제의 모든 부문에서 기대인플레이션율에 대한 조정이 이뤄지면 인플레이션은 경제에 아무런 실질적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 피셔가설에 따르자면 그렇다.

 

물론 피셔가설을 따라도 한계는 있다. 완벽하게 예상된 인플레이션이라도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메뉴비용과 구두창비용, 계산단위비용이 그것이다.

 

[경제학원론] 인플레이션·피셔가설·구두창비용·수요견인/비용상승 인플레이션

 

하나하나 살펴보자. 먼저 메뉴비용. 메뉴비용이란 가격 변경과 관련해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일컫는 말이다. 기업이 가격을 바꾸는 과정에서 어떤 비용이 나올 수 있을까? 일단 가격 책정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노동력이든 뭐든. 가격이 알아서 적당한 수준으로 뚝딱 바뀌는 건 아니니까. 가격이 표시되어 있던 포장이나 카탈로그도 수정해줘야 하고, 가격이 바뀌었다는 걸 알릴 필요도 있다. 소비자가 오른 가격에 등을 돌려 버릴 수도 있다.

 

구두창비용은 이름이 특이한데, 구두 밑창이 빨리 닳는다고 해서 구두창비용이다(…). 우스워 보일지 모르지만 꽤 그럴듯한 작명이다! 10%의 물가상승률을 완벽하게 예상했다고 하자. 그럼 사람들은 갖고 있던 현금을 죄다 다른 형태의 자산―실물자산이든 금융자산이든―으로 바꾸려고 들 것이다. 물가가 오르면 현금의 실질가치는 줄어드는 반면 앞서 언급한 자산들은 비교적 실질가치가 잘 유지되기 때문이다. 또 사람들은 이미 갖고 있던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을 굳이 현금화하지 않고, 행여나 하더라도 아주 적은 단위로 현금화할 것이다. 이렇게 현금을 적게 보유하고 또 조금씩 현금화하면 출금을 위해 은행 등을 자주 방문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구두 밑창이 빨리 닳는다고(…) 해서 구두창비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마지막 계산단위비용은 화폐가 맡고 있는 계산단위 역할이 약화된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같은 만 원권이라도 그 의미가 과거와 달라져 버린다. 한 번만 변하면 좋겠지만 화폐의 실질가치는 계속 변화할 것이고 이 때문에 불확실성이 발생하는데, 이 불확실성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혼란이 생긴다.

 

 

 

앞서 살펴본 세 가지 비용은 사실 규모가 그렇게 크다고 생각하긴 어렵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이 고작 은행 자주 가는 일이나 가격표 바꿔 끼우는 일 정도로 생겨난 건 아닐 테니까. 그래서 오히려 이 작은 비용들이 예상된 인플레이션의 사회적 비용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다.

 

한편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은 당연히 예상된 인플레이션보다 큰 비용을 초래한다. 일단 의도치 않은 소득재분배 효과가 나타난다. 앞서 피셔가설에서 명목이자율이 실질이자율+기대인플레이션율이라고 했는데, 만약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 그에 맞는 명목이자율 역시 정확히 설정할 수 없다. 때문에 채무자는 이득, 채권자는 손해를 보게 된다.

 

 

장기계약이 줄어든다는 문제도 있다. 물가가 언제 얼마나 오를지 몰라 장기계약의 위험이 훨씬 큰 탓이다. 따라서 채권자든 채무자든 장기계약을 피하려 든다. 그런데 시장에 단기계약만 넘쳐난다면 경제 효율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장기계약이 안 된다면 기업의 장기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투기의 문제가 있다. 모든 상품의 가격이 같은 비율로 오를 리는 없고 당연히 상품끼리 차이가 나는데,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이 상대가격이 매우 빠르고 크게 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기 값이 혼자 확 오른다고 하자. 그러면 고기를 가진-갖고 있던 사람은 이득을 보겠지만 고기를 사야 할 사람은 손해를 볼 거다. 이런 식으로 임의의 상품에서 예측불가능한 가격 변화가 발생한다면, 사람들은 비교적 가격이 많이 오를 것 같은 상품에 투기하기 시작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단기에서의 수요견인 인플레이션과 비용상승 인플레이션을 비교해보고 글을 마친다. 이 둘은 인플레이션의 발생 원인을 기준으로 한 분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은 총수요 증가가 주 원인이며, 비용상승 인플레이션은 총공급 감소가 주 원인이다. 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경제학원론] 인플레이션·피셔가설·구두창비용·수요견인/비용상승 인플레이션

 

수요견인 인플레이션부터 보자. 왼쪽의 그래프를 보면, 총수요가 AD1에서 AD2로 이동하면서 물가가 P1에서 P2로 오른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발생하는 물가 상승을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총수요 증가 요인은 C, I, G, Xn이 커지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된다. 비용상승 인플레이션은 총공급곡선이 움직인다. AS'에서 AS''로. 총공급이 감소하자 물가가 P'에서 P''로 올랐다.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과정이다.

 

 

 

여기서 주의깊게 볼 부분이 국민소득의 변화다.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은 물가와 국민소득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즉 물가와 함께 국민소득도 증가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총수요를 줄이는 정책 등으로 총수요곡선을 원래 자리로 되돌려놓으면 물가를 원래 수준인 P1으로 안정시킬 수 있다.

 

 

그런데 비용상승 인플레이션은 총수요 조절로 해결이 안 된다. 왜일까? 비용상승 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과 국민소득 감소가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불러온다. 이때 물가 안정을 위해 총수요곡선을 왼쪽으로 이동시킨다고 하자. 물가는 어찌어찌 P'로 맞출수 있다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소득에 엄청난 손실이 생기게 된다(=실업 증가). 이미 경기가 침체된 상태에서 더 더 더 침체시키겠다는 이야기니 말이 될 리가 없다.

 

 

그럼 총공급곡선을 오른쪽으로 옮기면 되는 거 아니냐,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살펴보는 건 단기에서의 그래프다. 단기정책으로 총공급곡선을 조절하는 건 정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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