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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지식/경제학원론

[경제학원론] 무차별곡선·한계대체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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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이론 편에 속한 무차별곡선과 한계대체율 파트는 아주 중요하다. 중요도만큼 난이도가 높은 건 아니니 이해만 잘 해두면 된다. 사실 무차별곡선까지 진도 빼기 전에 소비자 선택의 의미, 총효용과 한계효용 개념 이런 것들이 잠시 나오는데 이전에 정리한 것만으로 이해할 수 있기도 하고, 쉽기도 하니 스킵.

 

무차별곡선이 뭔지부터 알아야겠다. 영어로는 Indifference Curve라고 쓴다직역하면 무관심 곡선. 무차별곡선은 단어 그대로 ‘차’가 ‘없는’ 곡선이다. 무엇의 차인가. 효용의 차이다.

 

자, 포도와 복숭아를 즐겨 먹는 찬디르 씨를 가정해 보자. 그리고 아래와 같은 상품묶음이 있다고 하자.

 

 

상품묶음 A: 포도 2송이, 복숭아 10개

 

상품묶음 B: 포도 5송이, 복숭아 5개

 

이때 찬디르가 상품묶음 A를 선택하든 B를 선택하든 아무 차이를 못 느낀다고 하자. 바꿔 말하면 두 상품묶음으로부터 얻는 효용이 같다. 찬디르에게는 A, B 묶음과 같은 크기의 효용을 주는 상품묶음들이 더 많이 존재할 수 있는데, 이렇게 소비자에게 같은 수준의 효용을 주는 상품묶음들의 집합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 무차별곡선이다.

 

[경제학원론] 무차별곡선·한계대체율

 

위 그림은 앞서 든 찬디르의 예시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찬디르는 a점의 상품묶음을 소비할 때나 b점의 상품묶음을 소비할 때나 같은 수준의 효용을 얻는데, 이러한 점들을 연결한 곡선 Io가 바로 무차별곡선이다. 무차별곡선 위의 모든 점들에서 소비자의 효용은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

 

무차별곡선에는 특기할 만한 네 가지 성격이 있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첫 번째. 일반적 재화라면 무차별곡선은 우하향하는 모양을 띤다. 일반적 재화는 많이 소비할수록 총효용이 커진다. 따라서 X축 재화 소비량이 늘었을 때 총효용이 같은 수준으로 유지되려면 Y축 재화 소비량은 줄어들어야 한다. 만약 X축 재화와 Y축 재화의 소비가 모두 늘었는데도 총효용이 같다고 한다면 말이 안 된다. 일반적 재화의 무차별곡선에서는 항상 X축 재화와 Y축 재화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므로, 그래프는 우하향하는 모양을 띠게 된다.

 

단, 예외가 있다. 뒤에서 다시 한 번 나오겠지만 우상향하는 모양의 무차별곡선도 존재할 수 있다.

 

[경제학원론] 무차별곡선·한계대체율

 

X축에 포도 대신 미세먼지(…)가 들어갔다고 하자. 미세먼지를 많이 소비(?)할수록 총효용이 커지는 사람은 없다고 가정하고, X축 미세먼지의 소비량이 늘면 총효용이 감소하므로, 총효용을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Y축 복숭아의 소비량도 함께 늘어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무차별곡선이 우상향하는 모양으로 그려진다.

 

 

두 번째, 무차별곡선은 원점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더 높은 효용을 의미한다. 세 번째, 두 무차별곡선은 서로 교차할 수 없다. 이 둘은 이해가 쉬운데 후자만 설명을 덧붙이자면, 무차별곡선이 교차한다는 건 산 위에 깃발을 꽂고는 이곳의 높이가 500m와 600m 두 가지라고 말하는 꼴이다. 무차별곡선상의 모든 점은 같은 총효용을 가지므로 두 개의 무차별곡선이 서로를 교차해 지나가는 경우는 발생할 수 없다.

 

네 번째, 무차별곡선은 일반적으로 원점에 대해 볼록한 모양이다. 자, 이걸 이해하려면 먼저 한계대체율 개념을 알아야 한다.

 

한계대체율. 영어로는 Marginal Rate of Substitution, 줄여서 MRS라고 쓴다. 한계대체율 개념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소비자의 주관적 교환비율(대체비율)’이다. 두 상품이 특정 비율로 대체되면 소비자의 총효용에 변화가 없을 때, 이 비율이 한계대체율이다. 또한 이는 무차별곡선 위의 한 점에서 잰 기울기의 절댓값이기도 하다.

 

[경제학원론] 무차별곡선·한계대체율

 

그림을 보자. 이번엔 값을 좀 다르게 했다. 찬디르가 포도 2송이+복숭아 10개를 소비할 때와, 포도 4송이+복숭아 6개를 소비할 때의 총효용이 같다(무차별곡선상의 점들이므로). 여기서 한계대체율은 무차별곡선 접선의 기울기다. 그림에 쪼그맣게 MRS로 표기한 그곳. ΔY/ΔX로 구할 수 있다. 등식으로 정리하면

 

 

(앞에 마이너스를 붙인 건 값을 양수로 만들기 위해서다.)

 

이렇게 구한 한계대체율 2/1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 식은 복숭아 소비량을 4개 줄이고 포도 2송이를 더 먹었을 때를 가정하고 만든 것이다. 다시 말해 복숭아 4개의 총효용이 포도 2송이의 총효용과 같다는 뜻이다. 즉, 한계대체율은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다.

 

 

(분모에 Y축 재화가 들어간다는 점에 유의하자.)

 

 

자, 그럼 아까 했던 얘기로 돌아가서. 왜 일반적으로 무차별곡선이 원점에 대해 볼록한 모양을 갖게 될까? 그림에서 a점과 그 아래의 점을 비교해 보자. a점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할수록 Y축 재화의 소비량은 줄고 X축 재화의 소비량은 늘어난다. 그런데 예시로 적어 놓은 포도 4송이+복숭아 6개의 점에서 더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한계대체율이 위에서 구한 2보다 작아진다. 즉, 포도 한 송이를 더 먹기 위해 포기할 수 있는 복숭아의 개수가 2개보다 적어진다는 뜻이다.

 

이는 소비자가 상품묶음에서 상대적으로 적게 포함된 재화를 좀 더 중요하게 여기는 심리 때문인데. 이 때문에 무차별곡선은 일반적으로 원점에 대해 볼록한 모양을 띠게 된다. 또한, 이런 심리에 의해 무차별곡선 위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할수록 한계대체율이 점차 작아지는 현상을 두고 한계대체율체감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경제학원론] 무차별곡선·한계대체율

 

자, 마지막으로 특수한 경우의 무차별곡선을 살펴보고 마치겠다. 앞에서 ‘일반적으로’라는 말을 반복했는데, 당연히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에 붙인 거다. 세 가지 사례가 있다. 완전대체재, 완전보완재, 그리고 하나가 비재화인 경우다.

 

먼저 맨 왼쪽의 그래프를 보자. 무차별곡선이 직선이므로 한계대체율이 항상 일정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X축 재화와 Y축 재화가 각각 몇 개인지는 상관없이 두 재화를 합한 개수가 같으면 총효용도 같다는 뜻이다. 맥주와 소주를 예로 써 놨는데,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한계대체율은 소비자의 ‘주관적’인 교환비율이므로 어떤 재화든 들어갈 수 있다. 어떤 소비자가 맥주와 소주를 완전대체재로 인식할 경우, 이렇게 무차별곡선이 선분의 모양을 그리게 된다.

 

중간의 그래프는 장갑을 예로 들었다. 왼쪽 장갑과 오른쪽 장갑. 왼쪽 장갑이 하나만 있다고 하면 오른쪽 장갑이 박스째로 쌓여 있어도 ‘장갑 한 짝’이다. 이렇게 두 상품을 일정 비율로 결합해 소비하는 완전보완재의 경우, 직각으로 꺾인 L자 형태의 무차별곡선이 그려진다.

 

마지막은 아까 봤던 예시다. 미세먼지는 소비량이 증가할수록 총효용이 감소하는데, 이러한 재화를 ‘비재화’라고 부른다. 소비하면 할수록 효용이 떨어지는 물건이다. 따라서 어느 한 상품이 비재화인 무차별곡선에서는 양(+)의 관계가 성립해 우상향하는 무차별곡선이 그려진다. 미세먼지 소비 증가로 인한 효용 감소분을 메꾸기 위해 귤 소비도 함께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효용 증가 방향은 우하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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